중국계 장성의 중장 진급으로 인한 말레이시아의 민족ㆍ종교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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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동남아선교정보센터 작성일25-09-27 21:20 조회25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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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 계급장을 다는 조니 림 엥셍(가운데)
말레이시아에서 한 중국계의 역사적인 장성 진급을 계기로 다시 한번 민족ㆍ종교 갈등이 불거졌다. 사건의 발단은 범말레이시아이슬람당(PAS) 주요 인사이자 압둘 하디 아왕(Abdul Hadi Awang) 당 대표의 사위인 자하루딘 무함마드(Zaharudin Muhammad)가 올린 페이스북 게시물이었다. 그는 중국계 출신 총리 선출 가능성을 거론하며 도발적 논란을 일으켰다. 해당 글에는 최근 말레이시아군 최초로 중국계 출신으로 삼성 장군에 오른 조니 림 엥셍(Johnny Lim Eng Seng) 중장의 사진이 함께 게재됐다. 자하루딘은 이후 글을 삭제했지만, 자신의 주장이 외국인 장기 체류 프로그램인 ‘말레이시아 마이 세컨드 홈’(Malaysia My Second Home)과 연계된 가상의 시나리오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팔레스타인 사례를 들며, 2058년쯤에는 이주민 출신 총리가 나올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림 중장의 사진은 “단순한 예시”였으며 본문과는 무관하다고 해명했지만, 이는 오히려 더 큰 비판을 불러왔다.
민주행동당(DAP)의 샤레드잔 요한(Syahredzan Johan) 의원은 자하루딘이 “인종 갈등을 조장하려 한다”고 비판하며, 군과 림 장군에게 사과할 것을 촉구했다. PAS 지도부 역시 해당 게시물은 “인종차별적이며, 당이 표방하는 통합과 다양성의 원칙에 어긋난다”며 선을 그었다. 타키유딘 하산(Takiyuddin Hassan) 당 사무총장은 “인종차별은 어떤 형태로든 우리 당에 설 자리가 없다”고 강조했다.
림 중장은 믈라카(Melaka/Malacca) 주 출신으로 1984년 공산 반군 잔존 세력 토벌의 막바지에 군에 입대했다. 영국 샌드허스트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했으며, 왕립 레인저 연대에서 복무한 뒤 현재는 말레이시아 국방대학을 이끌고 있다. 그는 “이 성취가 자랑스럽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모든 희생이 보람 있는 순간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진급은 그동안 소수민족 출신이 군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어려웠던 상황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컸다. 2022년 공식 통계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육군 약 11만 3천 명 가운데 중국계 비율은 0.13%에 불과하며, 86%는 말레이ㆍ무슬림 다수파다. 인도계는 1.4%, 사바ㆍ사라왁 출신은 12%를 차지한다. 지금까지 소수민족 출신이 오른 최고 계급은 소장이었고, 상당수는 중간 계급에 머물다 군을 떠났다.
군 고위 관계자들은 진급식에서 “이번 사례가 모든 민족의 시민들에게 용기를 주길 바란다. 군은 ‘다양성 속의 통일’ 원칙을 가장 잘 보여주는 조직”이라고 말했다. 다만 말레이시아 사회는 여전히 뿌리 깊은 민족 갈등의 그림자를 안고 있다. 1969년 말레이계와 중국계 간의 충돌은 여전히 집단 기억 속에 남아 있으며, 최근 몇 년간 특히 2022년 총선을 전후해 소셜미디어에서 ‘문화 전쟁’이 재점화됐다. 당시 PAS는 총 222석 중 49석을 차지해 단일 정당으로는 최다 의석을 확보했다. [AsiaNews, 2025/6/28]